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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제일 비싼 ‘꿈의 치료약’ Top 7

binibiniho 2025. 6. 1. 13:41

20255월 현재 1회 투약을 기준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세계의 초고가 약품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2010년 이후 이들 초고가 약들의 대부분은 유전자 치료제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 약품들의 공식 가격은 다른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나라마다 다르게 책정되기 때문에 미국 내 시판 가격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약품의 가격은 제조사의 상황에 따라 시판 직전 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 의약품청(EMA) 등의 최종 승인 후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No.1. 유아 루게릭병 치료제, 렌멜디 <425만 달러>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품은 주사 1회 비용이 425만 달러(582천만 원, 이하 1달러 1,370원 기준)에 달하는 유전 질환 치료제인 렌멜디(Lenmeldy, 성분 아티다사진 오토템셀)’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평생 한번만 투약하면 되는 원샷치료제라는 점입니다.

렌멜디는 일본의 쿄와기린이 소유한 영국의 제약회사 오차드 테라퓨틱스(Orchard Therapeutics)’가 개발해 2020년부터 시판한 주사제로 희귀 유전 질환인 변색성 백질이영영증(MLD)’을 치료하는데 사용됩니다. 환자의 줄기세포를 채취해 유전자를 수정한 후 변형된 줄기세포를 환자에게 이식하는 방식의 맞춤형 치료제입니다.

유아 루게릭병으로 분류되는 변색성 백질

이영양증은 유아들의 중추 신경계를 공격해 서서히 운동 기능을 상실하게 만들어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무서운 질병입니다. 발병 시 대부분 5년 이내 사망하는데 미국의 경우 1년에 평균 40명 정도만 걸리는 희귀병이라고 합니다.

변색성 백질이영양증은 렌멜디 외에 현재 다른 치료법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렌멜디 투약 시 완치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임상실험에 참가한 37명 전원이 생존함으로써 의학적으로 이미 증명됐습니다.

렌멜디는 2020년 유럽에서 승인 당시 1회 주사제 가격이 390만 달러로 책정돼 일부 유럽 국가에서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독일은 보건당국의 협상력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240만 달러에 렌멜디를 환자들에게 공급 했습니다. 미국의 경우 20243월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후 1회 투약 가격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425만 달러로 책정됐습니다.

 

공동 No.2. B형 혈우병 치료제, 헴제닉스 & 베크베즈 <350만 달러>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싼 약은 한 제품이 아니라 두 개인데 공교롭게도 두 제품 모두 B형 혈우병 치료제인 헴제닉스’(Hemgenix, 성분 에트라나코진 데자파보벡)베크베즈(Beqvez, 성분 피다나코진 엘라파보벡)’입니다. 이 약들은 1회 주사비로 350만 달러(48억 원)를 지불해야 하지만 렌멜디처럼 평생 한 번만 맞아도 되는 원샷 유전자 치료제입니다.

혈우병은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혈액 내 응고인자(피를 굳게 하는 물질)가 부족해져 발생하는 출혈성 질환입니다. 그 중에서 B형 혈우병은 제9혈액응고인자의 결핍으로 생기는 희귀 질병입니다.

이 약들을 개발한 두 제약사는 천문학적으로 보이는 350만 달러의 약값이 따지고 보면 그렇게 비싼 게 아니라고 하소연하기도 합니다. 현실적으로 미국에서 B형 혈우병의 성인기 치료비가 2천만 달러(2,740억 원) 이상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산술적으로 그렇다는 주장입니다. 허무맹랑한 말은 아니지만 약 38,000명으로 알려진 전 세계 B형 혈우병 환자들이 이 주장에 동의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헴제닉스는 네덜란드의 제약바이오회사 유니큐어(UniQure)가 개발했지만 2021년 호주의 세계적인 생명공학(Biotech) 기업인 CSL베링(Behring)이 상용화를 위한 글로벌 권리를 획득해 제품을 전 세계 시장에 독점 공급하고 있습니다. 헴제닉스는 2022년 미국 FDA로부터 승인을 받았고, 2023년 유럽 EMA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았습니다.

 

베크베즈는 코로나 백신으로 유명한 미국의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Pfizer)가 개발한 B형 혈우병 유전자 치료제입니다. 헴제닉스보다 2년 늦은 20244월미국 FDA 승인을 받고 미국 내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No.4 ~ No.6. 리프제니아, 스카이소나, 진테글로 <300만 달러 내외>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 4, 5, 6위는 모두 그 유명한 블루버드 바이오(Bluebird bio)’에서 개발한 제품들입니다. 블루버드바이오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중증 유전성 질환 및 암 치료용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바이오기업입니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비싼 약은 1회 주사비가 310만 달러(425천만 원)로 희귀 빈혈의 하나인 겸상적혈구빈혈의 치료제인 리프제니아(Lyfgenia, 성분 로보티베글로진 오토템셀)입니다. 이 약 역시 한 번만 맞으면 되는 원샷 유전자 치료제입니다. 리프제니아는 202312FDA의 승인을 받고 이듬해인 20245월부터 미국 내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겸상적혈구빈혈은 비정상적인 낫 모양(겸상)으로 생성된 혈색소(헤모글로빈; 적혈구의 주요 성분으로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운반하는 역할)가 산소의 이동을 방해하고 모세혈관을 막아 통증과 뇌출혈 등을 유발하는 병입니다. 겸상적혈구빈혈에 걸린 환자의 혈액 줄기세포에 리프제니아를 주입하면 정상적인 혈색소를 생성하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리프제니아는 임상실험 결과 투약 후 18개월 사이 32명의 겸상적혈구빈혈 환자 중 28(88%)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른 임상실험 결과 또한 33명의 환자 중 30(90%)이 겸상적혈구빈혈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미국 내 겸상적혈구빈혈 환자들에게 한 가지 희망적인 소식은 다른 초고가 치료제와는 달리 일정한 조건을 갖춘 경우 의료보험에 가입한 소수의 환자들에게 제약회사가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리프제니아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위험분담제와 매우 비슷한 미국 연방 정부 차원의 복지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로 비싼 약은 스카이소나(Skysona, 성분 엘리발도진 오토템셀)’진테글로(Zynteglo, 성분 베티베글로진 오토템셀)’입니다. 이들은 위에서 얘기했듯이 블루버드바이오의 제품들로 역시 1회만 투약해도 되는 원샷 유전자 치료제입니다. 1회 투약에 부신백질이영양증(Adrenoleukodystrophy, ALD)’ 치료제인 스카이소나는 300만 달러(41억 원), ‘수혈 의존성 베타 지중해빈혈치료제인 진테글로는 280만 달러(384천만 원)입니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비싼 약인 스카이소나는 희귀 뇌질환의 하나인 부신백질이영양증(Adrenoleukodystrophy, ALD)’의 치료제입니다. 이 병은 영화 로렌조 오일로 대중들에게 알려져 로렌조 오일병으로 불리는 중추신경계와 관련된 유전병입니다. 이 병에 걸리면 뇌의 백질(두 뇌 사이의 빈 공간에 뇌척수액이 채워지는 공간인 뇌실 주위에 있는 흰색의 신경 섬유)에 이상이 생겨 말초신경 손상 및 기능 장애를 가져와 청력, 시력 등 신체 기능에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대뇌 부신백질이영양증의 근본 원인을 치료하는 스카이소나는 자가 조혈줄기세포기반의 맞춤형 유전자 치료제입니다. 다만 스카이소나는 20229FDA 승인을 받고 미국 내 판매를 시작했지만 202410월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 67명 중 7명에게 혈액암이 발생했다는 보고서가 발간되면서 FDA의 조사가 시작돼 현재 진행 중입니다. 그 결과에 따라 향후 규제 방안 등이 결정될 것 같습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20249월 스카이소나에 대한 의료보험 급여화를 요청하는 국회 청원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세계에서 여섯 번째의 고가 약인 진테글로는 수혈 의존성 베타 지중해빈혈의 치료제입니다. 베타 지중해 빈혈은 베타 글로빈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적혈구 생성에 이상이 생겨 헤모글로빈(혈색소)이 줄어들거나 없어지는 희귀 질환입니다. 이 병에 걸린 환자들은 수시로 중증 빈혈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헤모글로빈 수치를 유지하기 위해 평생 정기적인 적혈구 수혈을 받아야 합니다.

베타 지중해빈혈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에서 진테글로는 그 탁월한 효능을 입증했습니다. 36명의 대상자 중에서 약 89%에 해당하는 32명이 정상에 가까운 헤모글로빈 수치를 유지하면서 약 12개월 동안 적혈구 수혈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수혈 독립성(TI)’을 달성했기 때문입니다.

진테글로는 20228월 미국 FDA로부터 정기적인 적혈구 수혈이 필요한 베타 지중해빈혈의 치료제로 승인을 받은 후 이듬해부터 판매가 시작됐습니다. 유럽에서는 20196월 유럽 집행위원회(EC)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았지만 비싼 가격이 문제가 돼 사실상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국보다 훨씬 저렴한 20억 원에 투약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No.7. 척수성 근위축증치료제, 졸겐스마 <210만 달러>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비싼 약은 스위스의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Novartis)’가 개발한 척수성 근위축증치료제 졸겐스마(Zolgensma, 성분 오나셈노진 아베파르보벡)’입니다. 미국 내 판매 가격이 210만 달러(29억 원)인 졸겐스마는 1회 정맥 주사로 완치 단계에 가까워지는 원샷 유전자 치료제입니다.

척수성 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 脊髓性 筋萎縮症)5번 염색체 내 SMN1 유전자의 결손이나 돌연변이로 인해 단백질 생성에 문제가 생겨 척수와 뇌간의 운동신경세포가 손상되는 질병입니다. 이 병에 걸리면 얼굴이 마비되고 신체의 다양한 근육들이 약화 또는 퇴화되어 평생 휠체어 신세를 지거나 수명이 단축됩니다. 신생아의 0.0001% , 1만 명 중에서 1명 비율로 발생하고 2년 이내에 사망하는 희귀하고 치명적인 질병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약 200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멸된 중추신경세포를 대신해서 운동 단백질을 생산해 척수성 근위축증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임상실험을 통해 입증한 졸겐스마는 20195FDA로부터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후 2021년 현재 미국을 비롯해 영국, 유럽, 일본, 캐나다, 브라질, 이스라엘등 전 세계 38개 국에서 약 1천 명 이상의 환자가 투약을 받은 것으로 공식적으로 집계됐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졸겐스마는 다른 고가의 의약품과는 달리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의 가족을 중심으로 어느 정도 알려진 제품입니다. 20208월부터 위험분담제를 전제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기 때문입니다. 2020년 당시 환자 부담금은 598만 원입니다. 이 비용은 확정가가 아니고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 의 수입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편 1회 투약에 220만 달러로 졸겐스마보다 10만 달러 더 비싼 제품이 있습니다. ‘겸상 적혈구병의 치료제인 카스게비(Casgevy)’가 그 주인공입니다. 하지만 현재 유전자 가위 기술과 관련된 특허 분쟁 등 복수의 특허 분쟁이 진행 중인 제품이라 미래가 불투명해 여기에서는 다루지 않았습니다.

 

  약품명 병명 가격 제약사
(공급사)
특징
1 렌멜디
(Lenmeldy)
변색성 백질이영양증
(유아 루게릭병)
425만 달러
(58.2억 원)
오차드 테라퓨틱스 원샷 유전자 치료제.
맞춤형 줄기세포 방식.
2020EMA 조건부 승인.
2024FDA 승인.


2

헴제닉스
(Hemgenix)
B형 혈우병 350만 달러
(48억 원)
유니큐어
(CSL베링)
원샷 유전자 치료제.
2022FDA 승인.
2023EMA 조건부 승인.
베크베즈
(Beqvez)
B형 혈우병 화이자 원샷 유전자 치료제.
2024FDA 승인.
4 리프제니아
(Lyfgenia)
겸상 적혈구 빈혈 310만 달러
(42.5억 원)
블루버드 바이오 원샷 유전자 치료제.
2023FDA 승인.
5 스카이소나
(Skysona)
부신백질이영양증
(로렌조 오일병)
300만 달러
(41억 원)
블루버드 바이오 원샷 유전자 치료제.
맞춤형 줄기세포 방식.
2022FDA 승인.
6 진테글로
(Zynteglo)
수혈 의존성 베타
지중해 빈혈
280만 달러
(38.4억 원)
블루버드 바이오 원샷 유전자 치료제.
2019년 유럽 집행위원회 조건부 승인.
2022FDA 승인.
7 졸겐스마
(Zolgensma)
척수성 근위축증 210만 달러
(29억 원)
노바티스 원샷 유전자 치료제.
정맥 주사.
2019FDA 승인.
20208월부터 국내 의료보험 급여 가능
(598만 원)
  카스게비*
(Casgevy)
겸상 적혈구성 빈혈 220만 달러
(30억 원)
크리스퍼 테라퓨틱스·
버텍스 파마슈티컬스
세계 최초 유전자 편집 기술 치료제.
2023FDA 승인.
현재 특허 분쟁 중.